AI Agent로 Obsidian 개인 비서 만들기 - 일일기록부터 Day Planner까지
Obsidian을 오래 못 쓰는 이유는 기능이 부족해서가 아니다. 구조를 제대로 잡는 순간, 메모보다 유지 보수가 더 커지기 때문이다.
Claude Code, Codex, OpenClaw 같은 로컬 파일 기반 AI Agent가 등장하면서 이 전제도 바뀌기 시작했다. Obsidian은 이제 내가 끝까지 직접 관리해야 하는 메모 앱이 아니라, 정리와 유지 보수를 넘길 수 있는 작업 공간이 됐다.

들어가기에 앞서: AI Agent가 필요한 이유
2년 전에는 유지비가 너무 컸다
2년 전에도 Obsidian을 진지하게 써보려 한 적이 있었다. 처음 며칠은 늘 괜찮다. 폴더를 만들고, 데일리 노트를 켜고, 태그를 붙이면 금방 체계가 생긴 것처럼 보인다. 문제는 그 다음이다.
시간이 지나면 초반에 대충 적어둔 노트를 다시 열어 제목을 고치고, 위치를 옮기고, 링크를 연결하고, 메타데이터를 손봐야 한다. 일정과 TODO까지 한곳에 넣기 시작하면 그 유지비는 더 커진다. 메모를 잘 쓰려고 만든 도구인데, 정작 메모를 유지하는 일이 너무 커졌다.
오래 못 간 이유를 줄이면 이렇다.
- 처음에는 아무 규칙 없이 적게 된다.
- 시간이 지나면 폴더 구조, 링크 방식, front matter, 허브 노트 같은 규칙이 필요해진다.
- 규칙이 생긴 뒤에는 기존 노트를 전부 다시 맞춰야 한다.
- 일정, TODO, 지식 메모까지 한 곳에 넣으면 구조 유지 비용이 더 커진다.
Obsidian이 나빠서가 아니었다. 사람이 직접 감당해야 할 유지비가 너무 커서 오래 못 갔다. 입력은 쉬웠지만 유지가 무거웠다.
지금은 그 유지비를 넘길 수 있다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 Obsidian은 애초에 로컬 markdown 파일 기반이고, 요즘 AI Agent는 그 파일들을 직접 읽고 쓸 수 있다. 그래서 예전에는 사람이 하던 유지 작업을 이제는 에이전트에게 넘길 수 있다.
기존 노트를 검색해 중복을 막고, front matter 규칙을 맞추고, 관련 노트에 위키링크를 연결하고, 허브 노트나 장기 메모를 갱신하고, 일일기록에서 일정과 TODO를 다시 뽑아내는 일들이다.
중요한 건 자동화가 멋지다는 게 아니다. 사람이 지치던 반복 유지 작업을 대신 맡길 수 있다는 점이다. 그래서 Obsidian을 다시 열었을 때의 감각도 달라졌다. 예전에는 “이걸 또 언제 정리하지?”였다면, 지금은 “일단 적어두면 에이전트가 정리해주겠지”에 더 가깝다.
내가 만들고 싶었던 것
목표는 메모 앱이 아니라 개인 비서였다
내가 원한 건 예쁜 노트 모음이 아니다. 하루 기록을 남기면, 그걸 다시 손으로 정리하지 않아도 오늘 바로 쓸 수 있는 형태로 바뀌는 시스템이었다.
핵심은 간단하다. 먼저 일일기록이라는 입력 노트에 편하게 적는다. 그러면 AI가 그 기록을 읽고 일정, 메모, TODO, 그리고 날짜를 벗겨도 남길 가치가 있는 장기 메모(13_my) 후보로 다시 분해한다. 내가 실제로 보는 최종 출력은 raw markdown이 아니라 Day Planner 타임라인이다. 입력은 느슨하게, 출력은 실행 가능하게 만들고 싶었다.
바닥부터 새로 만들고 싶지는 않았다
물론 처음부터 전용 앱을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러면 다시 “도구를 만드는 일”이 본업이 된다. 내가 원한 건 바닥부터 새 시스템을 짜는 게 아니라, 이미 잘 만들어진 Obsidian의 UI/UX와 플러그인 생태계 위에 AI Agent 개인 비서를 올리는 방식이었다.
검색, 위키링크, 그래프 뷰, daily note, 플러그인 UI는 이미 있다. 에이전트는 그 위에서 파일을 읽고 쓰며 정리와 유지 보수를 맡으면 된다. 이 조합이 훨씬 실전적이었다.
일일기록에서 Day Planner까지
1. 입력: 일일기록을 먼저 적는다
지금 내가 가장 자주 쓰는 패턴은 일일기록을 입력창처럼 쓰는 방식이다. Obsidian을 안 쓰는 사람에게 풀어 말하면, 하루 동안 있었던 일과 해야 할 일을 가장 먼저 흘려 적는 기본 노트다. 처음부터 완벽하게 구조화하려고 하지 않고, 그날 있었던 일과 해야 할 일, 짧은 일기를 먼저 적는다. 입력 단계에서는 마찰을 줄이고, 구조화는 후처리 단계로 넘긴다.
예를 들면 이런 식이다.
## 일기
늦게 일어나서 카페에서 발표 자료를 정리했다.
다음 주 병원 예약도 잡아야 하는데 아직 못 했다.
요즘은 오전보다 밤에 더 집중이 잘 되는 느낌이다.

실제 화면도 비슷하다. 왼쪽에는 체크리스트와 일기가 있고, 오른쪽 Day Planner에는 아직 시간표가 채워지지 않았다. 사람이 읽으면 무슨 하루였는지는 알 수 있지만, 바로 따라갈 수 있는 일정은 아직 아니다.
2. 후처리: 직접 만든 daily-note-followup 스킬이 다시 정리한다
그래서 여기서부터는 사람이 다시 정리하지 않는다. 내가 쓰는 핵심 워크플로우는 daily-note-followup라는 사용자 정의 스킬이다. 일일기록 후처리를 자동화하려고 직접 만든 스킬로, 일일기록을 읽고 오늘 노트 안의 일정, 메모, 에이전트 메모를 정리하고, 필요하면 TODO를 만들고 다음 날 노트나 장기 메모(13_my)까지 함께 갱신한다.
여기서도 경계는 분명하다. 사용자가 직접 쓰는 ## 일기는 그대로 두고, 오타나 띄어쓰기처럼 의미를 바꾸지 않는 가벼운 교정만 예외적으로 한다. 실제 후처리의 중심은 에이전트가 관리하는 섹션이다. ## 일정은 Day Planner가 읽을 시간표이고, ## 메모는 일기를 반복하지 않는 보충 사실이며, ## 에이전트 메모는 사용자의 하루를 다시 적는 곳이 아니라 에이전트가 한 작업과 나중에 참고할 맥락을 남기는 곳이다.
중요한 건 이 스킬이 아무 정보나 발명해서 채우지 않는다는 점이다. 시간 근거가 약하면 억지로 일정을 만들지 않고 메모로 남기거나 짧게 확인하고 멈춘다. 자동화의 핵심은 그럴듯한 요약이 아니라, 실제로 다시 써도 되는 수준의 정리다.
후처리 결과는 먼저 “무엇이 바뀌었는지”를 요약해서 보여준다. 실제 캡처에서도 일기 교정, 오늘 노트 보강, TODO 생성, 다음 날 노트 생성, 장기 메모 반영이 한 번에 묶여 있다.

그리고 나면 같은 일일기록 안에 이런 식의 결과가 생긴다.
## 일정
- 08:10 - 11:30 집에서 오전 작업
- 12:50 - 13:30 강가 산책로 따라 카페 이동
- 13:30 - 16:30 카페에서 마무리 작업
## 메모
- 오전 수정 작업은 카드 리스트 정렬 문제와 모바일 여부 보정에 집중했다.
- 카페에서는 문서 확인, 에러 로그 정리, 메모를 한 번에 처리했다.
## 에이전트 메모
- TODO 생성
- 다음 날 노트 생성
- 장기 메모 반영

여기서 중요한 건 단순 요약이 아니라 재배치다. 오늘 바로 실행해야 할 것은 일정과 TODO로, 일기에 다 담기지 않은 보충 사실은 메모로, 장기적으로 다시 참고할 정보는 장기 메모(13_my)로 나뉜다. 그래서 같은 기록이 “읽는 글”에서 “운영 가능한 하루”로 바뀐다.
3. 출력: 내가 실제로 보는 것은 Day Planner다
이 흐름의 최종 출력은 markdown 자체가 아니다. 내가 실제로 보는 건 오른쪽의 Day Planner 타임라인이다. Day Planner는 별도의 AI 기능이 아니라, 일일기록 안의 ## 일정 섹션을 읽어 시간표로 보여주는 Obsidian 플러그인이다. 상단에는 아직 시간에 얹지 않은 할 일이 남고, 아래에는 시간대별 일정이 배치된다.
즉, 일일기록은 입력 인터페이스에 가깝고, Day Planner는 실행 인터페이스에 가깝다. 나는 하루를 처음부터 다시 정리하는 대신, 타임라인을 보고 바로 움직인다. 핵심도 여기에 있다. 기록을 많이 남기는 게 아니라, 기록을 당장 쓸 수 있는 일정으로 바꾸는 것.

왜 하필 Obsidian인가
로컬 markdown이라 에이전트와 궁합이 맞다
Obsidian에서는 노트가 곧 파일이다. 그래서 에이전트가 직접 읽고 쓰기 쉽고, 특정 서비스의 API나 폐쇄적인 데이터 구조에 덜 묶인다. 유지 보수를 맡기려면 결국 파일 단위로 건드릴 수 있어야 하는데, Obsidian은 그 점이 강하다.
이미 갖춰진 UI/UX를 다시 만들 필요가 없다
내가 원한 건 새 제품을 만드는 일이 아니라, 이미 잘 만들어진 화면과 플러그인 위에 에이전트를 얹는 일이었다. 그래프 뷰로 vault를 훑고, daily note와 Day Planner를 그대로 쓰면서, 뒤쪽의 정리 작업만 에이전트에게 넘기면 된다.
오래 쓰는 시스템으로 만들려면
지침도 같이 관리해야 한다
에이전트가 노트를 대신 작성하고 정리해주기 시작하면, 다음 문제는 “무슨 규칙으로 움직이게 할 것인가”가 된다. 어디까지 수정해도 되는지, 어떤 폴더 구조를 따르는지, 일일기록에서 무엇을 추출해야 하는지 같은 기준이 있어야 결과가 흔들리지 않는다.
그래서 나는 vault 안에 AGENTS.md 같은 전역 지침 문서를 두고 운영한다. 다만 이 문서가 모든 절차를 다 적는 건 아니다. AGENTS.md는 전역 작성 원칙, 폴더 구조, 문서 라우팅 같은 큰 기준만 담는 얇은 문서이고, 작업별 세부 절차는 별도 운영 문서와 스킬 파일로 내려둔다. 에이전트를 오래 쓰려면 프롬프트보다 운영 문서가 더 중요해진다.

이 부분은 다음 편에서 더 다룰 생각이다
다만 이 글에서 그 구조 설명을 길게 하지는 않으려 한다. 1편의 핵심은 “AI Agent 덕분에 Obsidian이 다시 실용적인 개인 비서가 됐다”는 점과, 그 감각이 일일기록 -> 후처리 -> Day Planner 흐름에서 가장 분명하게 드러난다는 점이기 때문이다. 폴더 구조, 허브 노트, 지침 설계는 다음 편에서 따로 정리해보겠다.
마무리
내가 Obsidian을 다시 쓰게 된 이유는 메모 습관이 갑자기 좋아져서가 아니다. 예전에는 내가 직접 떠안아야 했던 유지 비용을 이제는 AI Agent가 대신 처리해줄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의 Obsidian은 단순한 메모 앱이 아니다. 일일기록에 먼저 적으면, 에이전트가 그 기록을 다시 읽어 일정과 메모, TODO와 장기 맥락으로 재배치한다. 나는 Day Planner에서 오늘을 따라간다. 2년 전에는 “좋아 보이지만 오래 못 쓰는 시스템”이었다면, 지금은 “내가 계속 쓸 수 있는 방식으로 돌아가는 시스템”에 더 가깝다.
이 시리즈의 1편에서는 왜 다시 시도할 만해졌는지, 그리고 그 출발점이 왜 하필 일일기록이었는지를 정리했다. 다음 편에서는 이 개인 비서를 오래 굴리기 위해 어떤 구조와 지침을 깔아뒀는지 이어서 다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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